오전6시10분 일주일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6시10분 일주일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은숙은 알람이 채 울리기도 전에 먼저 잠에서 깬다.
눈을 깜빡이며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
이내 지정해둔 벨 소리로 휴대전화의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다.
높이가 같아 침대와 나란히 붙여놓은 화장대 위를 손으로 더듬거리며 짚는다.
몸을 떨며 큰소리로 울리는 휴대폰의 폴더를 한번 열었다가 닫는다.
그녀는 침대에서 방바닥으로 발을 내리고 다리에 힘을 실어 일어난다.
어제도 두 시가 넘은 시간에 잠이 들었더니,
부족한 수면에서 밀려오는 피로와 약간의 어지러움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지만, 피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바닥으로 가라앉아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은숙이 일어난 침실의 방문을 열면 바로 맞은편에 또 하나의 방이 보인다.
짧은 노크와 함께 방으로 들어서면 새벽임에도
창밖의 시간을 가늠하지 못할 만큼 어두운 실내가 펼쳐진다.
숙면을 위해 창문에 달아둔 검정 커튼 덕분이다.
은숙은 그 두꺼운 커튼을 한 방향으로 밀면서 창문도 활짝 연다.
푸르스름한 새벽의 공기가 실내를 가득 메운다.
“현수야, 일어나. 얼른 씻고 아침 운동 가야지.”
그녀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난 것처럼,
현수 역시 은숙의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몸을 일으키며 차고 있던 수면 안대를 벗는다.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이 있어 정신과 의사가
처방해 준 여러 방법 중 하나가 이 안대를 착용하는 것이다.
아이가 매번 이렇게 차고 자는 걸 보니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듯해 은숙도 조금 안심이 된다.
피곤한 듯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지르는 아들이 안쓰럽지만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욕실로 향하도록 방향을 잡아준다.
현수가 간단하게 씻을 동안 은숙은 주방으로 향한다.
벽의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켜고, 식탁 의자에 걸어 둔 앞치마를 멘다.
어젯밤 씻어서 물기가 빠지도록 엎어둔 믹스용 큰 컵을 싱크대에 세워두고
냉장고 젤 아래 칸에 넣어둔 마(麻)와 사과를 꺼낸다.
씻은 후에 깎아야 하기 때문에 일단 개수대 안에 넣어두고,
우유와 꿀을 마저 꺼내며 냉장고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