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는 스무 명도 안댔다 그중에는
생존자는 스무 명도 안댔다 그중에는
한국인 한명도 포함되어있었다.
혼수상태에 빠졌던 한국인이
일어난 것은 사고 후, 한 달이 지난 뒤였다.
“김연수씨 정신이 좀 드세요?”
퀭한 눈으로 창가를 바라보던 사내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 한 간호사를 바라봤다.
“신원확인이 제대로 안되셔서 더 이상 병원에 계실 수 없습니다.
병원비는 항공사측이 지불했지만
저희 병원 규정이란 게 있어서요. 짐은 침대위에 올려놓겠습니다.”
간호사는 자신이 해야 될 말만하고서
새하얀 철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나는 어떻게 여기 있지?”
연수 앞에 놓인 것은 새까만 다이어리 하나와 두툼한 지갑밖에 없었다.
연수는 단추형식으로 잠긴 다이어리를 열어보았다.
안에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의 행적이 낱낱이 적혀있었다.
다이어리를 훑어본 연수는 자신이 지금 스물여덟 살이고,
미국영주권이 있으며 그곳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사업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자신이 어디로 향하려 했었는지도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1996년 4월14일 내일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고향땅을 밟게 되었다.
그녀는 잘 지내고 있을까? 행복을 빌어주고
한국을 떠난 지 벌써 5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연수는 마지막 글귀 밑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뜯어서 읽어 내려갔다.
‘서울시 관악구….’
주소였다. 그곳이 자신이 가려했던 장소란
생각이 들자 연수는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서둘러 항공사측이 준비해준 정장을 입고 퇴원수속을 밟았다.
마침 자신이 가려고 했던 곳은 병원에서
몇 시간 걸리지 않는 곳이었고 그는 꼬박 1시간이 지나서
주소지에 적힌 곳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