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는 친구를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 앉는다
그러나 그는 친구를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메뉴판을 보지도 않은 채 한정식을 주문한다.
그는 늘 그랬다. 그는 어느 식당에 가든지 그 식당이
별다른 정성을 들이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음식,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만을 주문했다.
식당의 별미, 특수 요리 등은 무엇이 있는가
알아볼 생각도 안 했으며 메뉴판 또한 보지 않았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있는데, 그의 친구가 도착한다.
그의 친구는 그에게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하지만, 그는 본체만체 한 뒤 친구에게 무슨 일 때문에
자신을 불러냈느냐고 묻는다.
그의 친구는 웃으며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그저 친구끼리 밥 한 끼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그의 친구는 국내에서 알아주는 광고회사의 임원이다.
그와 같은 동네에서 살았고 같은 국민, 중, 고등학교에 다녔다.
하지만, 그들의 부모가 다르듯, 그의 삶 역시도 그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그의 친구는 평범함을 싫어하고 화려함을 추구하며 부와 명예를 중요시했다.
친구의 부인 또한 엄청난 미인이며 그의 자식들 또한
영재 소리를 듣는 그런 가족을 가진 인물이다.
평범함을 지향하는 그와 평범함을 지양하는 친구.
그들이 어떻게 친구가 되었고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과 정반대인 상대에 대해 큰 거부감은 없는 듯하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삶 보다 친구라는 이유가
그들이 중히 여기는 것 중에 더 높은 순위에 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