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영의 모습이 섹시하게 보인다.

Posted by hisapa
2014. 1. 28. 21:49 카테고리 없음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영의 모습이 섹시하게 보인다. 크게 부풀었다가 내려가는 가슴팍에 시선이 간다. 그런 내 시선을 느꼈는지 영이 나에게 물을 건넨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멀리서 경보음이 들리는 것 같았지만 영은 그 소리를 무시한 채 앞으로 걸어갔다.

안쪽으로 걸어갈수록 나무의 키가 커지고 숲이 울창해졌다. 하지만 군데군데 부서진 전차의 잔해나 불발된 미사일 같은 전쟁의 파편이 남아있었다. 영은 그런 모습은 쳐다보지 않고 앞으로만 걸어갔다. 나는 영의 뒤를 따라 걸으면서도 쓰러져있거나 검게 그을린 나무를 무심코 지나치지 못했다. 꼭 한 번씩 눈길을 주고 지나쳤다. 나무에게 사과를 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영과 나는 숲에 둘러싸여서 얼마만큼 걸었는지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 걸어갔다. 나무들 사이에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 같은 것이 보였다. 나는 영에게 그 입구에 대해 물었다. 영은 예전에는 이곳으로 지하철을 타고 올 수 있었다고 이야기를 해준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레일이 외롭게 두 줄로 깔린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