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와서 애국자 흉내냐 그것도

Posted by hisapa
2016. 7. 6. 12:28 카테고리 없음


 

 

 

 

 

 

 

여기까지 와서 애국자 흉내냐 그것도

 

 

 

 

 

 

 

 

자살하는 주제에. 독한 년.

나는 그녀가 5년간 살았고, 살아온 스물다섯 해를 마감한 다섯 평 남짓한 공간을 둘러보았다. 어쩐지 답답해져 온다. 그때, 야옹 하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할머니가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하얀 털 빛깔에 작은 체구를 자랑하는 그 고양이를 보니 할머니가 말 안 해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고양이었다. 그 다음도 알겠다. 이건 내가 데려가야 한다는 것을. 이 좁은 방에 그녀의 유품을 정리라도 해야 하나, 하고 둘러보고 있었는데 사실 별다른 건 없었다.

 

 

 

 

 

 

 농약에, 유골함에, 유서까지 미리 준비해 놓은 애인데 정리할 유품을 남겨놓기라도 했을까봐. 책 몇 권이 고작이었다. 그런 와중에 정리해야 할 ‘유품’이 내 품으로 들어왔다. 할머니는 고양이를 싫어한단다. 할머니가 키워 주십사 부탁하려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먼저 말을 잘라버린다. 나는 건방지기 짝이 없는 고양이를 잠시 쳐다보았다. 결국 한국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거다. 원래 이 방에는 세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는데, 그녀가 죽고 나서 모두 도망갔단다.

 

 

 

 

 

 

그런데 이 녀석은 다리를 절어 창틀을 뛰어넘지 못하고 발견될 때까지 죽은 그녀와 버틴 거다. 혹시 그녀의 시체라도 뜯어먹은 게 아닐까, 하는 섬짓한 생각이 들어 품속의 하얀 고양이를 징그럽게 쳐다봤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단다. 며칠 동안 그냥 굶은 것 같다고 했다. 워낙에 입맛이 고급이라 통조림 외에는 먹지 못한다는 거다. 나머지 두 마리는 배가 고파 떠나버렸겠지. 고양이는 잔정이 없다. 그래서 그녀가 그렇게 사랑했겠지. 이 녀석도 같이 가고 싶었는데 다리 때문에 못갔을꺼다. 아주 못된 녀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