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알았다는 건지 어쨌든 그 잘난 엄마 친구 딸내미
뭐가 알았다는 건지 어쨌든 그 잘난 엄마 친구 딸내미
비교 당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미안한 척 발길을 돌렸다.
그럴 때면 엄마는 자신에게 피박을 씌운 게임 상대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나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한 마디를 구시렁거리곤 하셨다.
“죽일 년.”
설마 딸내미한테 하는 말은 아니시겠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슬금슬금 내 방으로 돌아오고는 했다.
목소리 크기와 경제력에서 엄마에게 한참이나 밀리는
아빠는 군말 없이 그 해 여름 동안 선풍기를 끼고 살았다.
에어컨 켤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싸움도 돈이 있는 쪽이 유리하다.
그래야 단기간의 폭격이든 장기간의 게릴라전이든 가능한 것이다.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여섯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열차를 탄 지 두 시간 반이 넘었다.
슬슬 내릴 준비를 해야 했다.
오늘은 또 어디서 내려서 무얼 하다 집에 들어가야 하나.
하지만 그날따라 몸이 유독 피곤한 탓에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싫었다.
자리에 앉아 마냥 졸고만 싶었다.
예정대로라면 홍대입구역에서 내려야 했지만,
벌써 네 정거장이나 지나친 뒤였다. 이대로 앉아 있다
집에 들어갈까도 싶었다.
열차는 신도림을 지나 대림역으로 향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