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에게서 김감독이 찾는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Posted by hisapa
2015. 4. 15. 11:09 카테고리 없음


 

 

 

 

 

그리고 그에게서 김감독이 찾는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어 건넸다.

서군은 냉큼 사탕을 받고는 입에 문다. 평소에 잠깐 시간을 두자는

미옥의 암묵적인 신호를 서군이 이번에도 눈치 빠르게 알아차린 것이었다.

 

 

 

미옥이 먼저 그림자가 드리워진 건물 앞의 계단에 털썩 앉았다.

곧이어 서군이, 그리고 남자가 차례로 그녀 옆으로 앉는다.

계단을 쓸어 내려오는 빈 깡통 소리가 그곳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보다 요란하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것은 이들뿐이었다.

얼핏 어울리지 않는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있다.

누구도 일부러 말하려 하지 않는다.

가만히 사탕을 입에 물고는 그렇게 한 동안 앉아있다.

 

 

 

아무리 낯선 이국땅에서 자국어에 목말라 해도,

그리고 그들을 한데 모아놓고 마음대로 지껄여 보라고 해도,

속마음 그대로를 말하는 이는 결코 없을 것이다.

 

 

그때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이태리 가봤어요?”

미옥의 느닷없는 물음에 남자 둘은 말없이 고개를 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