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리는 강철판을 못으로 긁는 것과 비슷하다.

Posted by hisapa
2014. 1. 20. 21:34 카테고리 없음


그 소리는 강철판을 못으로 긁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성자할머니는 버스를 타면 먼저 탁한 눈으로 자리를 찾는다. 자리가 있으면 냉큼 앉지만, 자리가 없는 날이면 젊은 사람이 앉아있는 자리로 가서 헛기침을 했다. 기침을 해도 젊은이가 일어나지 않으면 금세 소리를 질러버린다. 그럴 때면 나는 엠피쓰리의 볼륨을 최대로 올리지만 성자할머니의 목소리는 막을 수가 없었다. 십오만 원을 주고 잡음이 들리지 않는다는 헤드셋을 샀지만 소용이 없었다. 할머니의 고함에 어쩔 수 없이 일어선 사람의 자리에 성자할머니는 당당하게 앉아서 큰소리로 설교를 늘어놓는다. 그 소리는 할머니가 내릴 때까지 계속 이어지곤 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성자할머니보다 한 정류장 먼저 내렸다. 성자할머니와 같이 내려서 걸어가면 할머니의 신세한탄을 들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