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분은 어디 쓸 데가 있다면서 돈 이천 만원을
그 여자 분은 어디 쓸 데가 있다면서 돈 이천 만원을
마련해 달라고 했는데, 큰아버지는 돈이 없어서 한 푼도 주지 못했단다. 돈 이야기가 나온 얼마 뒤에 큰아버지가 외출에서 돌아오니 여자가 안 보이더란다.
어느덧 기차가 종착역에 들어선다.
소도시의 시립화장장은 작고 허름하다.
영정이 놓인 좁은 방 앞에 신발들이 어지럽다. 소리로만 우는 것 같은 곡소리가 간간이 방 밖에까지 새나온다. 인사를 하며 방안을 휘둘러보니 몇 명을 빼고는 죄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문상객들은 고인을 추억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불쑥 고인의 돈에 대해 말을 꺼낸다. 고인의 관이 들어간 소각로에 막 불이 붙고 난 뒤다. 지금쯤은 아마 그가 한 송이의 살꽃으로 피어오르는 중일 게다.
“천장에 일억 원 숨겨 뒀다는 소릴 두 번이나 들었어.”
“그래 나도 들었어. 저번 증조할배 제사 땐가 와서 카데. 돈 있는 거 알면 영세민 보조금도 끊기고 아파트에서 나가야 한다꼬. 해서 통장에는 못 넣는다꼬.”
“맞아. 몽땅 만 원짜리라 카데.”
저마다 한 마디씩 말을 거든다. 말을 거드는 사람이나 그저 그 말을 듣는 사람이나 하나같이 눈과 귀는 모두 우리 아버지에게로 쏠려 있다.
“아 글쎄, 형님이 거짓말했다 안 그라요. 하도 괄시를 하니 돈 있는 척하면 나을까 싶어서 그랬다꼬.”
“니 혼자 다 처묵을라꼬? 하이고, 저 욕심 좀 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