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옥은 이 말을 듣는 순간 몇 해 전
미옥은 이 말을 듣는 순간 몇 해 전
그날에 리조또의 진한 버터향이 코끝에 흩어지는 듯 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낀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젖히고는 앞머리를 여러 번 쓸어 올렸다.
“버릇인가 봐요?”
살랑거리며 불어대던 따뜻한 바람에 자꾸만
헝클어지는 머리를 연신 쓸어 올리던 그녀에게 그 남자는
무표정으로 버릇이냐고 물었다.
남자의 얼굴은 따분한 일상을 띠는 듯도 했고,
모든 것을 초탈한 것 같기도 했다. 다정하게 막대 사탕을 하나씩
입에 물고, 미옥과 남자는 그렇게 아무런 상의 없이 목적지 없는 길을 더디게 걸었다.
사람을 만나면서 무언가를 의식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잘 알고 있는 미옥은 아무런 대화 없이 처음 본 남자와
길을 함께 걷는다는 것을 평소 같았으면 꺼림칙한 일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자
그녀는 별로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고, 제법 기분도 유쾌해졌다.